"용사님, 세이나님이 돌아오셨습니다"
잠시 휴식한 동료들 사이를 빠져나오고, 자그마한 세이나가 달려온다.
가슴의 쓸데없는 지방이 방해된다. 모처럼 동안인데 아깝다.
그 유녀 메이드들처럼 납작하게 떨어지는 듯한 매끄러움이 동안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있었어, 저번의 거북 등딱지가 아니라, 은빛으로 빛나는 금속 갑옷을 껴입고 있어"
"또, 『변신』 해버린 건가……"
나의 뇌리에 처음 보았을 때의 마왕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의 마왕은 피해 망상 끼가 있었지만, 어디서나 찾아 볼 수 있을 법한 자주색 털의 쥐인이었다.
우리를 보고 비명을 지르더니, 이상한 포즈를 취하며 곤충같은 인형 옷을 입고서 보라 색의 머플러를 목에 두른 모습으로 「변신」 했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레벨 55밖에 안되던 녀석이, 다시 싸울 때마다 레벨이 올라가서 마지막으로 싸웠을 때는 레벨 62까지 올라가 있었다.
나의 레벨 71에 비하면 훨씬 약할텐데도, 「변신」을 한 그 녀석은 놀랄만큼 강했다.
얼마 가지 않아 에너지가 다해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전투를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이 짧지 않았다면, 이렇게나 매번 유리하게 싸우지는 못했을 것이다.
다만, 방심하다가 동료들을 잃어 갔다.
더 이상은 그래선 안된다.
"그런데 말이야, 사토들에게 맡겨둔 채여도 괜찮겠어? 역시, 내가 가는게 좋지 않았을까?"
"괜찮아, 사토라면 미궁의 주인(던전 마스터)를 어떻게든 해줄거야"
불안한 세이나에게 나는 근거없는 자신감을 보여주며 그렇게 말했다.
그 녀석이라면 분명히 괜찮을 거라는──그런 인상을 주는 이상한 녀석이다.
분하지만, 그 녀석이라면 허니를 맡길 수 있다.
"사토라면 어떻게든 해줄 것 같단 말이지"
"위가 그렇게 확신을 가지고 말하다니 별일이네"(* 위는 궁병, 위야리씨의 별명인 것 같네요.)
"그래?"
위를 제외한 동료들도, 이론은 없어보인다.
린만큼은 "그래도, 세라는 줄 수 없어"라는 시스콤을 악화시킨 발언을 했지만.
지나치게 간섭하면 역으로 미움을 받게 된다고 조언해 주었지만, 여동생을 너무 좋아해서 자신을 억제 할 수 없나보다.
"이번에야 말로, 마왕을 쓰러뜨리자"
나는 동료들에게 그렇게 선언하고, 마왕이 기다리고 있는 큰 방으로 발을 돌렸다.
남은 마왕은 2체 뿐.
나나시에게서 다른 대륙에 있던 마왕은 고룡의 브레스에의해서 죽어버렸다는 보고가 있었다.
남은 것은 이 앞에 있는 족제비 제국의 마왕과 '쥐인의 나라'에 있는 마왕 뿐이다.
나나시에게는 미안하지만, 전혀 징조를 알 수 없는 쥐인의 나라에 있는 마왕은 그 녀석에게 맡길 셈이다.
──이 싸움이 끝난다면, 마왕을 물리친다면, 나는 일본에 돌아간다. 여동생과 소꿉친구가 기다리고 있는 일본으로 돌아갈 것이다.
◇
― ― ZHWWWUUUUUUUWN.
큰 방으로 들어서자 마왕이 포효하는 자주색 파장이 녀석의 은색 장갑 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야토"
"아아, 알고 있어"
불안한 메리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변신이 온다! 효력이 끊길 때까지 시간을 벌자"
효력이 끊겨도 모습은 그대로지만, 압도적인 강화 상태는 사라진다.
보라색 기운이 사라지는 게 그 기준이다.
"뭔가 약해 보여"
"그 일각수(* 一角獣. 전설속에 나오는 기린이라는 생물.)같은 뿔이 위험하지 않아?"
"약간 구부정하게 있는걸 보면, 아마도 저 뿔로 찌르는 돌격이 주 공격인 타입이야"
보라색의 매끄러운 히어로풍의 의상을 차려입은 마왕을 보며, 동료들이 분석한다.
나는 그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린, 위. 불 지팡이와 활로 녀석을 선제공격해!"
나의 지시에 따라서 두 사람이 재빨리 공격한다.
"잊은 거야 하야토, 변신 중에는 공격이 안 통하잖아"
"아아, 알고 있지"
메리의 말에 수긍하면서, 나는 두 사람의 공격을 지켜봤다.
"앗, 막혔어"
"술리 마법의 자재(自在)방패려나?"
"별난 형태네"
역시 그렇구만──
유니콘형의 뿔에서 생각나는 상대 중에, 가장 위험한 녀석이다.
"저건 절대 방어다. 이 몸이 전위에서 녀석을 붙들어 놓겠어. 효력이 끊어질 때까지, 넉백 계열의 공격만 하는거야!"
"나도 갈게"
"하야토 혼자서는 못버티지"
루스스와 피피가, 히죽 웃으며 마왕의 견제역을 자처해 주었다.
위험한 임무지만, 두 사람이 있어주어서 정말 다행이다"
"이 몸의 『신이 내린 힘(유니크 스킬)』과 너의 『변신』 둘 중 어느 쪽이 강한지 겨뤄보자고"
나는 「최강의 창(반드시 꿰뚫는 창)」과 「무적의 방패(뚫을 수 없는 방패)」를 발동하고 순동으로 마왕에게 다가간다.
어느새 마왕이 만들어 낸 어설트 라이플(* 돌격 소총)이 불을 뿜었다.
"칫, 작렬탄인가!"
작은 폭발을 동반한 탄환을 무적의 방패(뚫을 수 없는 방패)로 받아넘겼지만, 그 반작용으로 신체가 흔들렸다.
녀석도 절대 방어계와 싸우는 방법을 알고 있다.
"헤헹~, 이쪽이야~"
──ZHWUUUWN.
루스스의 도발에 반응해서, 마왕이 나에게서 주의를 돌린다.
마왕의 괴력이 루스스를 스쳤다.
"아팟"
살짝 스쳤을 뿐인데 루스스의 팔의 장갑(装甲)이 날아가고, 선혈이 공중에 휘날린다.
또 마왕에게서 추가타의 탄환이 날아오지만, 루스스는 지형을 이용해서 피해냈다.
"루스스는 물러 서"
"맡길게 피피!"
치료를 위해서 물러 선 루스스를 대신해서, 이번에는 피피가 견제하며 내가 도착하는 것을 기다린다.
"기다리게 해버렸네, 피피"
"헤헹, 아직 쌩쌩하다구"
피피의 당돌한 말에 웃음을 돌려주며, 나는 마왕에게 도발 스킬을 사용한 발언을 내던진다.
"이 몸과 힘 겨루기를 해보자고──섬광나선 찌르기(샤이닝 스트레쉬)"
푸른 빛을 띤 성검 아론 다이트의 찌르기를, 녀석의 팔각 방패가 튕겨낸다.
금속음과 중후한 소리가 큰 방에 울려 퍼지며, 파란색과 보라색 빛의 입자가 거센 기세로 주위에 흩날린다.
방패 뒤쪽으로 돌아 온 빛 조각이 나의 등을 태워버리지만, 여기에서는 아직 「무한 재생(끝없는 치유)」은 쓸 수 없다.
나는 로레이야들의 회복 마법을 믿고, 전방의 마왕에게만 집중한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
──ZHWWWUUUUUUUWN.
나의 높고 날카로운 기합에 질세라, 마왕도 귀에 거슬리는 포효를 지른다.
우리의 외침에 호응하며 파란색과 보라색의 열광이 한층 더 치열하게 주위를 물들인다.
이 곳에 가득 찬 마력과 그 여파가 주위의 공기와 바닥을 왜곡시킨다.
뽀각하는 소리가 나며, 신체가 십센티 정도 떨어졌다.
아마, 발밑의 지면이 함몰한 것이겠지.
쓸데없는 일에 신경을 분산시키지 않고, 나는 지금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마왕에게 쏟아붓는 것에 집중한다.
◇
"……무승부인가"
힘과 힘의 싸움이 결착이 지어지지않고, 180초의 제한시간이 넘어버렸다.
마왕의 몸을 덮고 있던 보라색 기운도 사라지고 있다.
주위의 땅과 벽의 참상으로 보아, 동료들도 마왕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이런저런 지원 공격을 해주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부터는 이 몸들의 턴이다"
'움직이지 않는 마왕'에게, 나는 그렇게 선언했다.
──ZHWUUU.
마왕이 작게 울부짖었다.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쉽게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진 마라!"
성검 아론다이트의 참격을 마왕에 내리친다.
손이나 무기로 방어하지도 않고, 마왕이 보라색의 복장으로 성검을 받아낸다.
마법 방어를 깰 때와 같은 감촉이 성검에 전해진다.
그렇지만 「최강의 창(반드시 꿰뚫는 창)」의 효과를 띤 성검이, 유니크 스킬의 수비도 없는 옷따위로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다.
──ZHWWUUUUN.
마왕의 복장이 찢기고, 보라색의 선혈이 허공에 뿜어지며, 마왕이 배후로 넘어진다.
땅에 떨어진 선혈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강산(強酸)의 피는 중급의 방어 마법조차 뚫어내는 위험한 녀석이지만, 나의 무적의 방패(뚫어낼 수 없는 방패)와 로레이야의 고위 방어 마법은 그것을 전부 받아들였다.
나는 쓸데없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다음의 기술을 시행한다.
성검의 움직임에 맞추어 푸른 빛이 진원(真円)을 그린다.
"──섬광연열참(閃光延烈斬, 샤이닝 블레이드)"
푸른 빛이 땅을 기고 있는 마왕을 추격했다.
──ZHWWWUUUUUUUWN.
필살기가 명중하기 직전에, 마왕이 보라색 빛과 함께 포효를 지른다.
예전의 그 지향성 대인 지뢰를 쓸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기술을 날린 자세 그대로 뒤로 물러선다.
"장비 변경은 없고, 모습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지만, 왠지 몸의 곳곳에서 보라색의 빛이 새고 있네"
설마──.
감정(鑑定)한 녀석의 상태가 "광폭화(버서커)"로 바뀌었다.
이 무슨 원작에 충실한 녀석인지. 애정이 느껴질 정도다.
──ZHWWWUUUUUUUWN.
마왕의 포효와 함께, 마왕이 강한 다리로 허공으로 도약한다.
'츠악'하는 소리가 날 듯한 기세로, 마왕의 등에 검보라색으로 빛나는 날개가 태어났다.
"안성맞춤이군"
위의 중얼거림에 조금 늦게, 영창 동기(詠唱同期)를 하고 있던 메리들이 금주를 쏘아낸다.
「「「……■ ■ ■ ■ ■ ■ ■ ■ ■ ■ 신위성광주(神威聖光柱, 디바인·플라스마·폴)」」」
눈을 뜰 수 없을 만큼의 빛을 띤 빛의 기둥이 넓은 홀의 중앙에 나타나 마왕을 집어 삼킨다.
──ZHWWWUUUUUUUWN.
"해치웠어!"
"아아, 이 정도 위력의 마법이라면, 마왕이라도 무사할 리 없어"
흑기사들의 함성이 귀에 닿는다.
──ZHWWWUUUUUUUWN.
그리고 그것을 비웃는 듯, 마왕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포효했다.
"이, 이럴수가! 마(魔)에 속하는 자가 빛의 금주 속에서 멀쩡하다니!"
"오오, 파리온 신이시여, 우리들을 지켜주십시오"
이번에 막 충원되어 온 흑기사와 파리온 신관이 마왕의 포효에 동요를 드러낸다.
──ZHWWWUUUUUUUWN.
빛의 기둥을 뚫고 나타난 손이 빛을 '왜곡시키며'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설마했더니 흡집조차 없다.
그만큼의 금주를 당한다면, 이 마왕보다도 레벨이 높은 노란 피부의 마족이라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체 왜──.
"마치, 변신 직후의 마왕을 상대하는 느낌이야"
──그거다.
린의 중얼거림을 듣고 이해했다.
그 폭주 상태 풍의 모습은, 두번째 변신이었던 것인지……이 몸이라는 작자가 엉뚱한 착각을 하다니.
마왕의 입에 보라색 빛이 명멸(明滅)한다.
"로레이야, 막아!"
나는 명령과 동시에, 마왕의 입을 향해서 섬광열연참(샤이닝 블레이드)를 날렸다. 기술 이름을 외치고 있을 여유도 없다.
"신수의 부적(타리스만)이여! 『수호』를!"
로레이야가 하늘에 쳐들은 부적 타리스만이 푸른 광채로 동료들을 지켜낸다.
대가를 생각하면 남용(濫用)은 못하겠지만, 다른 방법을 택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암자색(暗紫色. 검은 보랏빛.)의 브레스와 부적 타리스만이 만든 방벽이 거센 불꽃과 빛을 주위에 퍼뜨린다.
굉음이 가져오는 진동으로, 속이 메슥거린다.
귀은 아까부터 위잉위잉하고 귀가 울려서, 귀를 제대로 쓸 수 없다.
──ZHWWWUUUUUUUWN.
보라색의 브레스를 토해내는 것이 끝난 마왕이, 천장을 향해서 포효한다.
그것에 대답한다는듯, 마왕의 옆에 번지는 그림자가──.
『주상의 명령에 따라 찾아 뵈었습니다. 차(茶)의 셋째 이곳에 방문』
『이하동문, 차의 첫째 방문』
공간에서 솟아난 것은 2체의 상급 마족.
어느쪽도, 레벨6□은 되었다.
지금까지 한번도 나타난 적이 없었던 상급 마족이, 이런 타이밍에 나타나다니…….
"흥, 상급 마족이 몇 마리 나타나더라도 이 몸의 적이 될 순 없지!"
나는 불합리함을 느끼면서도 그 분노를 삼키고 투지를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나쁜 소식이 이어져──.
"용사님, 후방에서 마물의 대군이 옵니다"
"위를 보십시오! 천장을 덮을 수 있을만큼의 슬라임이!"
흑기사들에게서 보고가 들어온다.
"하야토, 상급 마족의 상대는 우리가 할게"
"아아, 그러자. 나설 차례가 없으면 쓸쓸할테니깐 말이지"
루스스와 피피가 애검을 손에 쥐고 상급 마족들을 노려본다.
"나랑 위가 루스스와 피피을 보조할게. 세이나는 흑기사들과 송사리들을 처리하는 것을 부탁할게, 린과 로레이야는 하야토와 마왕을 쓰러뜨려 줘!"
메리가 동요하지 않은 목소리로 동료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상황이 좀 나쁘지만, 이 정도는 어떻게든 되겠지.
요는 이 몸이 마왕을 쓰러뜨리기만 한다면, 일발 역전이라는 거다.
"하야토! 비켜서!"
린의 말과 동시에 위기 감지 스킬이 작동한다.
검은 칼날을 아슬아슬하게 피했지만, 얕은 상처를 입고 말았다.
"흠, 좋은 반응이다. 차의 0(零)번째, 잘 부탁한다"
그림자에서 상반신을 드러낸 갈색 상급 마족이 그렇게 알리고 그림자에 가라앉는다.
추격하는 나의 일격은 닿지 못하고, 찔러낸 그림자도 평범한 그림자일 뿐이었다.
"한 눈팔면 안된다고, 용사. 차의 일곱째 방문"
"홋홋, 어디를 보고 있나 용사. 차의 여섯째 방문──"
속속들이 나타나는 상급 마족들에게, 나는 입을 열어내지도 못한채 절망에 맞서고 있었다.
전에 노란 피부의 마족이 대괴어 토부케제라의 무리를 소환한 것에 비한다면, 아직 기사회생의 가능성이 있다.
──ZHWWWUUUUUUUWN.
마왕의 포효가 울리며, 세번째 변신으로 날개 수가 여섯 쌍이 늘었다.
광륜(光輪)을 짊어진 허공에 떠오르는 녀석의 모습이, 이 자리의 초월자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그렇게 보일 뿐이다.
초월자라기엔 아직 이르다.
나나시만큼이나 상식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그 자리에 설 수 없다고.
"끄아아아아아아아"
"마, 마물이 솟아져 나오고있어!"
흑기사와 세이나의 비명을 뒤에서 들으면서, 죽는 한이 있어도 마왕을 물리치기로 결심했다.
이전의 세계의 여동생이나 소꿉 친구와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은 서운하지만, 여기서 이 녀석을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같은 미궁에 있는 마이 허니가 위험하다.
"《노래하라》아론다이트, 《연주하라》투나스"
효과가 다한 성검과 성갑(* 원문:聖鎧. 성스러운 갑옷.)의 성구(聖句)를 다시 외우며, 비장의 「무한 재생(끝없는 치유)」을 발동하고 비장의 수단인 「가속」마법 약을 목에 부어넣는다.
──간다, 마왕.
그 따귀에 따가운 녀석을 먹여주마.
용사의 목숨은 싸지 않을거다!
데스마치에서 시작되는 이세계 광상곡(デスマーチからはじまる異世界狂想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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