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입니다. 술자리에서 '사람은 보고싶은것만 본다' 라고 상사가 역설했던 일을 기억하고있습니다. 취했었을 때에는 적당히 맞장구 쳐주고 흘려들었었는데, 의외로 함축성있는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창작요리점의 일본요리는 보기엔 좀 그랬지만 맛자체는 나쁘지않았다.
튀김이 묘하게 검은건 그다지 기름을 바꾸지않고있기 때문이겠지.
가끔이라면 괜찮겠지만 매일이라면 콜레스테롤이 위험하게 될것같은 느낌이다.
어느정도 식사가 진행되었을 때, 가게입구에 새로운 손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이, 유이. 이런 변두리 식당이 정말로 맛있는건가?"
"으~응, 맛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소문이 자자하니까."
처음 들어온것은 통통하게 살찐 흑발소년.
마르면 아이돌이라고해도 될것같은 미형이다. 오히려 2차원 여성향게임에 나올것같은 탐미적인 느낌이라고 해야될것같다.
그리고 흑발소년과 팔짱을 끼고 들어온 소녀는 안면있는 사이......메네아 왕녀의 나라에서 소환한 남일본연방출신의 자칭 아이돌, 유이 아카사키다.
AR표시에 따르면, 옆에 있는 흑발소년은 학원에서 전하라고 소문나있는 소우야소년같다.
그가 '자유의 빛' 녀석들이 말하던 '전하'인가 어떤지 확인하려고, 가까운 시일내에 만나러 갈 생각이었기에 딱 좋다.
스킬이나 칭호에 문제가 없는것은 맵검색으로 확인했지만, 본인을 직접만나서 확인해두고싶었다.
"아! 사토씨랑 아리사쨩!"
"올만~"
행복해보이는 얼굴로 손을 흔드는 유이에게 아리사가 손을 흔들며 답했다.
그런 유이의 표정이 흐려진다.
"어떻게 된거야 사토씨, 가난해보이는 옷을입고있고! 혹시 사업에 실패한거야?"
어째, 우리들의 의장을 보고 오해한것같다.
"유이와 아는사이인가?"
"으, 응"
"일이 없다면, 우리 집에서 신세져도 좋다. 힘은 없어보이니, 상인을 했었다면 장부쪽 일 하나정도는 할수있겠지. 그쪽의 수인이나 아이들도 허드렛일을 하면 굶지않을 정도의 식사를 내주마."
굉장히 잘난듯이 말하지만, 의외로 소우야소년은 돌보는걸 좋아하는 타입인것같다.
아리사에게서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아이라고 들어서 선입견이 있었지만, 보통으로 좋은 녀석일지도 모르겠다.
아리사들이 미묘한 얼굴을 하고있었기에, 슬슬 그의 독무대에 끼어들자.
"친절은 고맙지만, 일은 충분히 하고있어......"
지금도 24시간이랄까 28시간 연속근무니까, 이 이상 일은 필요없다.
"무얼, 유이의 지인이다. 사양할 필요없다."
"오늘은 암행중이야. 자, 이거봐봐"
아리사가 내 가슴팍에서, 귀족의 은색태그와 미스릴탐색자증을 꺼낸다.
"뭐냐? 은색.....자, 자작?!"
소우야소년이 태그를 보고 아연실색한 얼굴로 외친다.
상급귀족이 평민 모습을하고 대중식당에 있을거라고는 생각못했겠지.
"미안해. 너를 놀릴 생각은 없었는데, 꺼낼 타이밍을 놓쳐버렸어."
좀 미안한 일을 저지른듯한 기분으로, 나는 자기소개를 한다.
"만나서 반가워, 사토 펜드래곤 자작이야. 네 이름을 물어도 괜찮을까?"
"소, 소우야. 성은 사정이 있어 댈수없다, 입니다. 이름만으로 용서해 주길 바란다."
시가 왕국의 경우, 서자가 소우야 시가 라고 이름을 대면, 감옥행이거나 병사취급으로 처분된다.
그때 붙임성 좋은 얼굴을한 유이가 끼어들어왔다.
"미안해, 사토씨. 우리 달링도 참, 아무한테나 잘난듯한 태도를 하지만, 나쁜 녀석은 아니니까 용서해줘"
"기분상하거나하지않았어. 연인과 아는사이라는것만으로 일을 알선해준다니, 아무나 할수있는게 아니니까."
"에헤헤~, 연인이 아니라 약혼자야~"
그러고보니 아오이소년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있다.
그 때는 '13살짜리 어린소녀에게 반하다니, 로리콘남인게 틀림없다.' 라고 생각했지만, 본인이 14살이라면 문제없겠지.
유이가 부끄러운듯이 입가를 가린다.
그 손에는 작은 다이아가 박힌 반지가 반짝이고있다.
"우왓, 노골적인 반지어필그만해"
"에헤헤, 부럽지~ 이거 달링이 만들어 준거야."
......호오?
기술은 서투르지만 꽤 세련된 반지다.
귀족이나 대상상대의 보석점에 진열하는건 무리지만, 충분히 팔릴만한 레벨이다.
"미케?란제로의 펜던트를 볼 기회가 있었어서. 그 모방을 해봤다."
그러고보니 '미켈란젤로' 이름으로 비슷한 펜던트를 만들었던 기억이있다.
소우야소년의 발음이 조금이상했지만, 지적할만한 일은 아니겠지.
"장래에는 보석장인으로 정점을 노리는거야?"
".......그럴순, 없다. 나는, 아니, 저는 지존의 지위를 노리지않으면 안되, 는거다. 그것이, 어머니의......"
소우야소년의 괴로운듯한 말은, 뒤로갈수록 힘을 잃어. 아마도, '저는' 뒤부터를 들은것은 '엿듣기'스킬이 있는 나뿐이겠지.
그에게도 여러가지 짊어진 배경이 있는것같다.
무엇보다도, 참견할 생각은 없기에, 따뜻하게 바라보기만 하는걸로하자.
내가 어떻게 화제를 바꿀까 고민하고있자, 가게밖에 한대의 마차가 멈췄다.
하급귀족이 좋아서 탈것같은 조금화려한 장식의 마차다.
마부복의 눈이 날카로운남자가 가게입구에서 얼굴을 들이밀고, 평가하듯 가게안을 둘러본다.
문제없다고 판단했는지, 가게밖에서 기다리게하던 귀인을 맞이한다.
꽃향기가 나풀나풀 풍길것같은 분홍색 머리를 흔들며, 가련한 소녀가 밝은 가게밖에서 발을 내딛었다.
하얀 드레스는 발목까지의 길이로, 옷자락에서 부츠의 끝부분이 보이고있다.
TPO를 분별하는 모습을 보니, 번화가에 오는걸 의식하고있던 모양이다.
"헤에~, 여기가 일본음식 가게인가요?"
"그래, 아오이의 입에 맞으면 좋겠는데"
뒤에서 들어온 소녀같은 소년이 흥미진진하다는듯한 눈으로 두리번두리번 가게안에 시선을 돌린다. 그는 우리 에치고야상회의 연구원이자, 조금전 유이와 마찬가지로 이세계로 소환된 일본인중 한명......대야마토일본제국출신의 아오이 하루카다.
겨우 눈이 익숙해졌는지, 분홍색 머리의 귀인......메네아왕녀의 분홍색 눈동자가 나를 알아채고, 기쁜듯 잔달음쳐 다가왔다.
"어머, 사토님!"
"격조했습니다. 메네아 왕녀."
주위 아이들은 메네아의 갑작스런 출현에 따라가지 못하고있는것같다.
"어머, 그냥 메네아라고 불러주세요."
거리감이 이상한 메네아왕녀가 바짝 내손을 양손으로 감싸며, 쭉쭉다가왔다.
만화였다면 홍채가 하트마크로 바뀔것같은 추파가 느껴졌다.
이대로라면 아리사와 미아에게 길티선언 받게될테니, 부드럽게 그녀를 떼어냈다.
"......메, 메네아. 오랜만이구나."
내 대신 그녀를 이름만으로 부른건 소우야소년이다.
메네아 왕녀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지, 사랑하는 소년같이 초조한듯보인다.
유이는 재미없다는듯한 얼굴을 하고있지만, 소우야소년을 힐책할 생각은 없어보인다.
"당신에게 이름으로 부르길 허락한 기억은 없습니다. 한번은 사토님을 봐서 불문에 그치지만, 다음엔 응당한 대처를 하겠습니다."
......무섯.
메네아왕녀는 내가 아는 그녀와 동일인물이라고는 생각할수없는 차가운 표정과 목소리로 소우야소년을 거절했다.
소우야 소년이 창백한 얼굴로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고 무례를 사과했다.
메네아왕녀는 얼굴은 예쁘지만 성격이 여러모로 어려우니, 소우야소년은 유이와의 순애로 살아갔음 좋겠다.
◇
식사를 마치고 바로 식당을 떠낼 생각이었지만, 아오이소년의 고민을 함께 들어주었으면 좋겠다는 메네아왕녀에게 간원받아 식당의 안쪽에 있는 독실로 끌려가게되었다.
메네아 왕녀가 너무 다가오지 못하도록, 유이나 소우야소년, 그리고 아리사의 세명도 끌어들였다.
"이제, 어쩌면 좋을지......"
아오이소년이 테이블을 내려보며 중얼거린다.
"저기, 결국무슨고민인거야?"
"에치고야상회의 선배가 괴롭히는거면, 내가 혼내줄까?"
아리사와 유이 두사람이 아오이소년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을건다.
테이블 위에 단 과자에 입맛을 다시고있어서, 조금 진지함이 부족하다.
"아니에요. 모레까지 발명품이나 사업전개 아이디어를 내라고 지배인에게 들었는데,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않아서 곤란합니다."
"발명품이라면 얼마든지 있잖아?"
아리사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무래도 아오이소년은 너무 애를쓰다 졸아드는 타입인것같다.
"맞다! 아오이, 스마트폰만들어, 스마트폰. 마법으로 작동하는거로!"
"말도안되는소리하지마. 스마트폰이나 통신기기는 안된다고했다구. 그리고 철도라던지 차도 안된대"
"어째서?"
"원거리통화나 대량수송은 신님의 금기를 건드리니까 안된다고 쿠로님한테 들었어."
"에~, 신님도 짠돌이네~"
아리사는 둘의 대화에 끼지않고, 테이블을 돌아서 내 옆에 앉으려고 다가오는 메네아왕녀를 견제하듯 내 무릎위에 자리를 잡았다.
아리사......남의 허벅지를 맘대로 만지지마라.
"차라면 골렘마차같은걸까?"
"아뇨, 알고계실지 모르겠지만, 내연기관이라고해서 기름을 태워서 달리는 차에요"
"과연, 불이나면 위험하겠네"
".....네, 네에."
아리사의 성희롱을 저지하면서 아오이소년의 말에 현지인 다운 대답을 해준다.
"저기, 펌프같은건?"
"펌프라니 물을 긷는거?"
"그래, 그거"
아리사가 말하는 펌프는 인력으로 움직이는 수동식 이야기겠지.
시가왕국의 우물은 두레박을 사용하고있으니까, 펌프가 있는것만으로도 꽤 편해질터다.
꽤 좋은 안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오이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안되요. 왕도에는 수로가 있으니까......"
아오이소년의 말대로 왕도에는 상하수도가 완비되어있다.
하지만......
"딱히 왕도에서 팔지않아도 되잖아"
"맞아맞아. 왕도이외에는 상수도같은거 없으니까, 폭발적으로 팔릴거라고 생각한다구"
유이나 아리사의 말처럼, 농촌같은데서는 소중히 여겨질터다.
지금까지의 전생자들이 보급시키지않은게 이상하지만, 아무래도 펌프가 신들의 금기를 건드릴일은 없겠지.
".......그럴, 까요?"
"괜찮을거같으면 제안해보면어때?"
"밑져야본전이잖아."
유이와 아리사에게 격려받아, 아오이소년도 할 마음이 생긴것같다.
"발명인가.......아오이라는녀석, 네놈도 유이와 동향인거겠지?"
무언가 생각하고있느라 공기같았던 소우야소년이 아오이소년에게 묻는다.
"네, 넵......근데, 말해버린거야 유이쨩"
"응, 미안. 달링한테 비밀을 만들고싶지않았거든"
비밀을 폭로당한 아오이소년이 유이를 추궁하지만, 유이는 가벼운 느낌으로 사죄의 말을했다. 별로 미안하다고 생각하고있지않는것같은 얼굴이다.
"소우야씨, 가능하면 우리들의 출신은 비밀로 해주시면......."
"알고있다. 유이를 실험동물같은 취급을 당하게할 생각은 없다."
소우야소년이 단호히 단언했기에, 겨우 아오이소년도 안심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 이야기를 되돌리지만 동향이라면 '인스트탄'인가 하는, 뜨거운물을 붓는것만으로 먹을수있게되는 마법식품이 있겠지? 그것을 만들어보는건 어떠냐? 군에 연줄이 있으면 판로도 곤란하지않겠지."
"인.......인스턴트 라면이라던지 고형스프같은 물건인가요.......건면이나 분말스프라면 될거같네요. 일단, 이쪽도 지배인에게 프레젠테이션해볼게요!"
꽤 착안점이 좋다.
소우야소년이 앞으로의 길을 헤멘다면 에치고야상회에 스카우트하도록하자.
하는김에, 조금 정보를 보충해주자.
"건면이라면 오유고크공작령에 스우토안델시에서 본적이 있다. 주문해보면 참고가 되지않을까?"
"감사합니다, 사토씨. 돌아가면 물어볼게요!"
아오이소년의 기운이 돌아온것같아 다행이다.
◇
"아오이가 기운을 찾은건 사토씨 덕분이에요! 뭐라 감사해야 좋을지."
"아뇨아뇨, 저는 아무것도 하지않았어요."
감격한듯한 얼굴로 메네아왕녀가 다가오지만, 나는 마지막 참고정보를 덧붙여줬을뿐으로 실질적으로는 아무것도 하지않았다. 공적은 나 이외의 3명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요! 꽃구경하러 오시지 않으시겠어요? 왕립학원 여자기숙사 정원에서 성의 벚꽃이 잘 보인답니다."
메네아왕녀의 제안에 제일 먼저 올라탄건 유이다.
"꽃 구경인가~, 좋겠다! 메네아님, 저랑 달링도 함께 가도 될까요?"
"......괘, 괜찮아요. 유이가 어떻게든 오고싶다면 허가......."
"벚꽃은........싫다. 나는 가지않겠어. 유이가 가고싶으면 다녀와도 좋아."
유이가 밝게 부탁해서 메네아 왕녀가 굽혀줄것같았는데, 그것을 무거운 분위기의 소우야가 거절한다.
"......달링? 기다려. 돌아갈거면 같이가. 미안해, 메네아님. 꽃구경은 이 다음에라도"
출구로 향하는 소우야 소년을 유이가 황급히 쫓아간다.
"메네아왕녀......이제 백발고아에게는 다가가지마라. 그녀석은 뭔가.......기분나쁘다."
출구를 나설때, 소우야소년이 충고로도 험담으로도 받아들여질것같은 말을 남겼다.
◇
메네아 왕녀에게 초대된 꽃구경은 미아를 발견한 여자기숙사의 아이들이 난입해서, 꽤나 카오스한 파티가 되어버렸다.
술도 마시지않았는데 옷을 벗어던지는 텐션에는 따라가지 못하겠어서, 야회의 준비가 있다고 변명하고 빠져나왔다.
"나는 에치고야상회의 용무를 끝내고 갈테니까, 모두는 준비가 끝나면 먼저 야회로 가줘"
"헷? 기다릴게."
갈아입던 손을 멈추고 이상하다는듯한 얼굴을 하는 아리사에게 일을 부탁한다.
"야회 전에 카리나양의 상태를 보고와줬으면 해"
"괜찮지만, 카리나님을 걱정해주다니 왠일이래"
주가의 공주를 걱정하는건 별로 이상하지않다고 생각한다.
모처럼 카리나양에게 친구가 생길지도 모르는 만남의 장소니까, 겁없는 아리사들이 다리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내가 함께라면 혼담을 가져오는 귀족들에게 둘러쌓이니까 시간을 아끼고싶다.
"그럼, 맡길게"
"옷케~"
나는 손을 흔들어 방을 나가려하는걸 멈춰 세웠다.
"맞다, 아리사. 야회끝나고 잠깐 이야기가 있으니까, 어제처럼 전지가 끝기지않도록해줘."
"혹시, Bam.si.jung?"
햣호~, 라고 승리의 함성을 지르는 아리사에게 일말의 불안을 느끼며, 나는 에치고야상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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