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마치에서 시작되는 이세계 광상곡 - 3권 특전(SS)
리자의 걱정
"미안 리자, 빨리 아인들도 묵을 수 있는 여관을 찾아볼 테니까, 그때까지 참아줘"
"아니요, 주인님. 저희들에겐 이것도 과분한 처사입니다."
주인님이 조심스레 말씀했지만, 우리들 노예는 흙 바닥에서 자는 게 보통입니다.
잘 대해주는 주인은 얇은 돗자리를 깔아주는 경우도 있지만, 제가 있던 곳에선 인족노예들도 그런 것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하물며, 새 짚을 묶어 만든 침대라니 꿈속의 꿈입니다.
그 증거로, 주인님의 뒤에서 여관의 여종업원 씨가 "세상에나~" 라고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폭신폭신~?"
"대단히 멋진 거예요! 주인님도 같이 자는 거예요!"
짚 침대에서 천진난만하게 뛰고 있던 타마와 포치가 주인님께 권하는 것입니다.
저도 그렇지만, 이 둘은 상냥하고 아인들에게 편견이 없는 주인님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둘 다, 무리한 말을 해선 안됩니다"
"넹~"
"네 인거예요"
오늘은 번식용으로 동족의 아가씨들을 사오셨으니, 그녀들과 동침하실 것입니다.
여기서 아이들을 돌보라는 건 가혹한 처사지요.
"잘 자렴, 모두. 배가 고프면 가방에 있는 음식은 맘대로 먹어도 좋아"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님이 손을 흔들며 마구간을 떠나셨습니다.
바로, 뒤에서 부스럭 부스럭 소리가나기 시작했기에 뒤돌아보니, 포치와 타마가 가방에서 말린 고기와 치즈덩어리를 꺼내고 있었습니다.
"둘 다, 음식을 가방에 돌려놓으세요"
"어째서~?"
"주인님이 먹어도 된다고 말한 거예요?"
아무래도, 두 사람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둘 다 잘 들으세요--"
짚 침대 위에 오도카니 앉아있는 둘에게, 주인님께서 말씀하신 것의 의미를 전합니다.
주인님의 용무로 아침에 식사가 주어지지 않았을 경우의 비상식으로 맡겨진 것으로, 맘대로 간식으로 먹으라는 게 아닙니다.
거기다, 조금 전까지 주인님과 같이 호화로운 식사를, 배가 부를 때까지 먹은 직후이기에 곤란한 것입니다.
"그리고..."
아니요, 이건 아이들에게 말해도 불안하게 만들뿐입니다.
미궁에서 주인님께 단련 받고, 그럭저럭 싸울 수 있게 되었지만, 근본적으로 주인님은 우리를 필요로 하시지 않습니다.
미궁에서도 성에서도, 우리들을 동족의 아이들처럼 보호해주셨지만, 이상으로 돌아온 지금, 주인님의 기분이 바뀌면, 언제 "너희들은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 노예상인에게 팔아버릴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여관 하나만 보더라도, 우리들은 주인님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그 보라색머리의 아이처럼 재치를 발휘해 주인님을 궁지에서 구해주는 것 같은 일은 할 수 없습니다.
주인님이 다른 종족의 이성에게 성적 취향을 가지는 특수한 취미를 가지고 계시다면, 이런 걱정은 필요 없지만...
아니요.. 이런 발상은 주인님에게 실례입니다.
"리자~?"
"배가아픈거예요?"
이런 식으로 걱정하는 게 얼굴에 티가 났나 봅니다.
걱정해주는 두 사람이, 제 손을 잡고 올려다 보고 있습니다.
"아뇨, 아무것도 아니----"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려 했지만, 관두겠습니다.
어쩌면, 주인님에게 도움이 될 좋은 생각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인님에게 도움이 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둘은 뭔가 떠오르는 게 없나요?"
"적과 싸워~?"
"포치도 싸우는 거예요"
---- 마을 안에서 싸울 일은 분명 없겠죠.
"돌던지기~?"
"해체하는 거예요"
---- 아쉽지만, 그것은 미궁 안에서뿐입니다.
"등씻어주기인거예요!"
"타마도~"
-----목욕 말입니다만, 그것은 정말로 좋은 것이었습니다. 또 하고 싶네요.
"적찾기~?"
"간식으로 나무열매를 주워오는 거예요!"
"타마는 쥐잡아와~?"
---- 주인님이 돈 때문에 곤란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저희들이 식량을 스스로 조달하게 되면, 부담하시는 게 줄어들까요?
딱히 좋은 방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졸려진 두 사람이 꾸벅꾸벅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말의 "히힝" 하고 우는 소리에, 두 사람이 벌떡 일어납니다.
"포, 포치는 자지않은거예요!"
"타마도~, 자지않아~?"
잠에 취해 두리번두리번거리는 두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늘은 이만 자도 좋아요" 라고 말하며 눕혀주었습니다.
"리자, 말~?"
짚으로 만든 침대에 누우면서, 타마가 그런 말을 중얼거립니다.
편안한 숨소리를 내는 두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저도 옆에 눕습니다.
하지만, 왠지 방금 타마가 중얼거린 소리가 신경 쓰여서 잠이 안 옵니다.
도대체 뭐가 걸리는 걸까요?
.... 그날 밤, 꿈을 꾸었습니다.
인족의 마법사 아가씨에게 구해진 일, 미궁에서 어찌할 줄 모르던 우리들을 도와줬던 주인님의 일,
미궁에서 주인님과 함께 마물과 싸웠던 일, 그리고 성에서 꿈같은 생활을 했던 일, 그리고---
"---- 여행입니다!"
벌떡 일어난 제 눈앞에, 아침 해가 드리워진 마구간이 비춥니다.
제목소리에 놀란 포치와 타마가, 눈을 뜨고 일어나 기지개를 펴고 있습니다.
"안녕~?"
"안녕인거예요"
인사를 하는 두 사람에게 대답도해주지 않고, 저는 꿈속에서 잡은 실을 필사적으로 잡아당깁니다.
"맞아요, 여행입니다."
"여행~?"
"아침인사는 안녕인거예요?"
---- 생각났습니다.
성에 머물고 있었을 때, 주인님은 공도의 운하를 보러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었습니다.
그렇다면, 여행에 도움이 될 일을 배우는 겁니다.
일단은 가까이에 있는 말입니다.
마구간 문을 열고 들어온 마구간지기에게 일을 가르쳐 달라고 할겁니다.
분명 거절당하겠지만, 그걸로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더러운 일이나 잡일이라도 시켜달라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라도 늘려서 주인님께 도움이 되게 할겁니다.
저는 포치랑 타마를 데리고, 결연한 마음가짐으로 마구간의 입구로 향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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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마치에서 시작되는 이세계 광상곡 - SS: 트렐경의 결단
*트렐경은 10장 막간에서 등장했던 와이번에 타고 있던 시가8검의 사람입니다.
“트렐경, 다시 생각해볼 수 없겠나?”
“제프님. 동기인 귀하를 두고 떠나는 건 마음 아프지만, 애기를 잃은 비룡기사(와이번 라이더)가 폐하의 도움이 될 거라곤 생각할 수 없소.”
트렐경의 굳은 결의에, 쥬레바그경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마왕이 왕도에 나타난다면, 노구에 채찍질을 해서라도 달려오겠소”
“갈 곳은 있는가?”
“공도의 동쪽 프타라고하는 “마사냥꾼”의 마을이 있는데, 그 남동쪽에 와이번의 알을 채취할 수 있는 숨겨진 마을이 있소이다. 그곳에서 비룡기사를 지원하는 젊은이를 데려가 다음세대의 시가8검으로 키울 생각이오.”
쥬레바그경은 프타마을 이라는 이름을 들은 적은 없지만, 공도의 동남동쪽을 막연히 떠올려보고 트렐경의 말에 수긍했다.
와이번이 서식하는 영지로는 세류백작령이 유명하지만, 와이번이 둥지를 만드는 것은 용의계곡의 경계이다. 왕조야마토의 시대부터 금역으로 지정되어있는 장소인지라 쥬레바그경도 후보지로 꼽지 않았다.
쥬레바그경도 몇 년 전부터 다음세대의 시가8검을 키우고자, 몇몇인가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젊은이들에게 자비로 고가의 마법 검을 주어 교육시키고 있었다.
“트렐경, 이별선물이네”
“이건 마법의 무기오?”
“맞소, 폐하가 내려주신 물건이지만, 화사한 겉보기와는 반대로 신이 만든 성검같이 대단한 마력전달성능을 뽐내는 명창이오”
트렐경은 방구석 무기선반에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비슷비슷한 마법의 무기 중에서, 가장 긴 마상창을 손에 쥐었다.
마력을 넣어, 마인을 낸다.
“뭐이리, 쉽게”
평소대로라면 혈관이 터질 듯 힘을 주어야 하는 조작이, 아주 조금 힘을 쓰는 것으로 되자 트렐경은 감탄사를 터뜨렸다.
자신과 같은 감상을 받은 트렐경을 보고, 쥬레바그경도 수긍한다.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가져가게나. 제자로 삼을 녀석에게 줄 것도 가져가도 상관없네”
“괜찮은가? 이 정도의 검이나 창을.”
“상관없네, 언젠가 시가왕국을 지킬 사람을 위한 투자네”
시가왕국이라도 보통은 횡령이 되지만, 성기사단의 회계가 빌려주는 것으로 취급해 장부와 보고서를 고쳐서 처리했기에 문제가 되는 일은 없었다.
◇
“나리, 그 산으로 뚫린 길 같은 건 없는데?”
외팔의 소년이 당황해 하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비공정을 가진 귀족이나 비행형의 마물을 사역하는 마수조련사는 없는가?”
“공작님이라던지 공작님의 군대의 사람 정도가 아니려나”
소년의 옆에 있던 한물간 여자마사냥꾼이, 세상물정 모르는 트렐경의 물음에 적당이 답해왔다.
이런 시골의 마사냥꾼뿐이 없는 작은 거리에, 하늘을 나는 이동수단 같은 게 있을 리가 없다.
뭐라 말할 수 없는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한 시골마을에, 비상이 걸렸다.
----- 그것은, 검은 그림자.
“보통이 아닌 놈이로구나. 왠 놈이냐. 이름을 대라”
굳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을 대신해서 트렐경이 막아 세웠다.
하지만, 검은괴인은, 코웃음을 쳤다.
“아무 것 도 아닌 자가 잘난 듯이 말하다니. 내가 원하는 것은 토마토뿐. 쓰레기에게 댈 이름은 없다”
“뭐시라”
트렐경이 허리의 검을 뽑았다.
그 칼날에 붉은 빛을 띠고 있다.
그를 수행하는 3명의 종사들도 주인을 따라서 발도했다.
“흥, 조금 하는 모양이다만, 검을 뽑은 이상, 베일 각오는 있는 거겠지?”
“시가 왕국의 녹을 먹는 자로서, 네 녀석 같은 수상한 녀석을 방치할 순 없네. 목숨을 빼앗진 않을 테니 안심하고 덤비게나”
일촉즉발의 두 무인의 앞에 날아든 것은, 조금 전의 외팔소년이었다.
“자, 잠깐 기다려, 검은 나리. 나리는 토마토가 필요한지? 내가 알고 있으니 안내할게”
소년의 말을 듣고, 괴인이 허리에 찬 길쭉한 검에서 손을 떼었다.
“정말인가?”
“응, 토마토라는 거 빨간열매를 말하는 거지?”
원래 빨간열매라 불리던 토마토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야채대용품 이었지만, ‘토마토의 귀족’님이 공도에서 퍼뜨렸는지 갑자기 수요와 값이 높아져, 한촌뿐만 아니라 프타의 마을의 빈 땅에서도 재배되고 있었다.
수초처럼 곱슬곱슬한 머리를 한 괴인은 소년의 설명에, 늑대 같은 송곳니를 보이며 웃었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것이다. 늙어 살날도 얼마 안 남은 노인을 베는 건 본의가 아니다. 토마토만 손에 들어온다면 네 녀석의 의도대로 해주지”
“기다려, 승부의 도중“
“닥쳐라. 천한 것”
괴인의 눈이 붉게 빛나더니, 트렐경과 종사들이 돌이 된 것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트렐경의 뇌리에 젊을 적 사투를 벌였던 흡혈귀와의 싸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도 그는 지금처럼 움직일 수 없게 되었었다. 하지만, 흡혈귀라면 낮에 나타날 리가 없다.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상위의 흡혈귀나 흡혈귀의 선조라면, 시가8검인 그를 순식간에 속박하지 못할 것도 없다.
--- 그렇다면, 괴인의 정체는.
“뭐하고 있나. 안내해라”
“응, 맡겨줘. 어떤 토마토가 좋아? 잘 익어 부드러운 거? 아니면 조금 초록색의 딱딱한 거? 하얀 소스나 빨간 소스가 필요한 거라면 문옆여관주인아저씨한테 부탁하면 될 거야”
“호오, 빨간 소스라는 건 케챱인가? 그건 나중에 해도 된다. 일단은 토마토 모종이 필요하다”
화기애애하게 대화하며 두 사람은 문 앞에서 떠나갔다.
트렐경들이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은, 마을의 토마토 밭으로의 안내를 끝낸 외팔소년이 돌아온 뒤였다.
“소년이여. 아까의 검은복장을 한 녀석은 어찌되었는가?”
“에? 그 나리라면, 토마토를 잔뜩 사서 하늘을 날아 공도쪽으로 가버렸어. 마법은 참 대단하네”
소년의 말에 트렐경은 현기증을 느꼈다.
그 정도의 힘을 숨기고 있던 괴인의 목적이, 단순히 야채뿐이라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 콘, 그 칼은 어떻게 된 거야?”
“에? 이거? 검은 나리한테 받았어. 좋겠지?”
그것은 몸집이 작은 소년에게도 휘두를 수 있을 것 같은 가벼운 외날검 이었다.
“소년, 그 검을 잠시”
“에~”
“뺏거나 하진 않네”
“그럼 좋아”
트렐경이 받아 든 검에 마력을 넣었다.
순간 칼날에서 번갯불이 튀었다.
“우와, 뭐야뭐야?”
“위험해!”
결과를 예상하고 있던 트렐경 이외는 그 광경에 당황했다.
“이건 마검이다. 그것도 미궁깊숙한곳의 “계층의 주인” 이나 “방의 주인”을 물리쳐야 얻을 수 있는 진짜 마검이다”
“헤~, 대단하네”
가치를 모르는 소년이 자신의 검을 쥐고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소년이여, 네게 이 검을 쓰는 법을 알려주마”
“앗싸- 약속한 거야”
트렐경은 산맥에 타고 갈만한 것을 마련하기 위해, 종사들을 공도에 보냈다.
그사이, 소년에게 검을 쓰는 법을 가르쳐주며 무료함을 달래기로 했던 것이다.
우연히 마검과 전시가8검인 교사를 얻은 소년이, 종사들이 돌아올 때까지, 움직일 수 없게 될 때까지 맹특훈을 받게 되었다.
종사들이 산에 오르기위해 ‘사나운 도마뱀’을 구해 돌아오자, 트렐경은 그들과 산맥을 향해 떠났다.
“그래서, 전8검의 기사님에게 가르침을 받아서 마인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거야?”
“쓸 수 있게 될 리 없잖아. 만약 쓸 수 있었다면 나같은것도 기사님이 될 수 있다구.
죽어라 시간을 들여 마력을 넣어도, 이런 느낌정도뿐이라고.
그것도 3번하면 지쳐서 못 움직이게 되니까, 고블린 상대로 쓸 방법은 없을지도”
외팔소년은, 빠직빠직하고 작은 소리를 내는 마검을 한손에들고, 언제까지고 트렐경 일행의 배웅을 계속했다.
* 콘소년은 와이번이 사는 산에 흑룡헤이론이 나오는걸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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