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연재판] 데스마치에서 시작되는 이세계 광상곡 -막간: 새해인사

막간: 새해인사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사토! 새, 새해복많이받아!"

내 기습같은 새해 인사를 받고, 아제씨가 놀란 듯 맞인사를 해준다.

내가 왕도와 볼에난 마을의 시차를 이용해서, 볼에난 마을까지 새해 인사를 하러왔다.
새로운 유니크 스킬 '유니트 배치'의 실험이라는 명목을 준비해두었지만, 어잿밤 늦게까지 야회나 그 뒤의 2차에서 떠들었기에 전원 폭면중이다.

오늘의 아제씨는 평소보다도 귀엽다.
아니, 무녀무녀한 복장이니까 아름답다고 해야하나.

"평소 복장도 좋아합니다만, 그 무녀복도 멋지네요."
"고, 고마워......"

마지막엔 부끄러웠는지 들리지않을것같은 성량이 되었지만, 뺨을 물들인 아제씨를 볼수있었으니 좋다고치자.

"오늘은 유녀환영은 걸치지않는건가요?"
"그, 그건! 트, 틀려요! 그건....."

아제씨를 놀리고있으니, 무녀의상을 입은 루아씨가 왔다.

"어머, 사토씨. 벌써, 시가왕국을 비워두어도 괜찮은건가요?"
"네, 덕분에."

시가왕국을 습격해온 상급마족이나 부분소환된 마신의 머리카락의 일은, 앞서 '원화(텔레폰)' 마법으로 전해두었다.

"슬슬 의식의 시간이니까, 세계수쪽으로 가시지요."
"사토도 올거지?"
"네, 물론, 견학하게 해주세요."

그걸 위해서 온거니까.
이제부터 세계수의 전망실에서 일출에 맞춰서 새해의 봉납춤을 출거라고 들었으니까, 여러가지 준비를 해두었다.

전망실에는 신사같이 제단이 준비되어, 아제씨를 시작으로 백명이상의 무녀나 무격이 준비를 하고있다.
전원이 배치를 끝마치자 조명이 꺼지고, 정적에 싸였다.

지평선의 저편에서 태양빛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용히 피리소리와 풍금소리가 흐르기 시작한다.
가끔씩 짤랑 짤랑 울리는건 무녀나 무격이 달고있는 신악방울이겠지.

그리고 아침해가 전망실에 닿자, 얼굴을 숙이고 대기하던 아제씨가 늠름한 표정으로 신악춤을 시작한다.
차례차례 주위 무녀들이 춤추고, 무격들의 악기 소리가 제단을 엄숙한 분위기로 채워나간다.

마치 프로그램된것처럼 정확한 움직임이다.
그렇다고는하지만 기계적인 인상은 받지않는다. 엘프들의 수명에서 생각해볼때 수백년수천년 반복하고있는 춤이니까, 숨쉬는것처럼 자연스러운 춤이되는거겠지.

그 봉납춤은 30분정도 이어져, 그 자초지종은 완벽하게 녹화&녹음해두었다.
나중에 미아들에게도 보여줘야지.

새침모드의 아제씨를 바라보고있으니, 내게 신경이 쓰였는지 루아씨를 데리고 이쪽으로 왔다.

"사토"
"수고하셨어요, 아제씨. 굉장히 멋진 춤이었습니다."

아제씨에게 폭신폭신한 타월을 건넨다.
땀이 흐르는 옆얼굴을 바라보며, 조금전부터 궁굼히 생각해하던 일을 물어보았다.

"아제씨, 물어보는걸 깜빡했습니다만, 어떤 신에게로의 봉납춤인가요?"
"용신님이야"

......용신 아콘카구라?

"에, 엘프는 용신을 받들고있나요?"

만약그렇다면, 제신을 죽여버린 일을 참회하지않으면......

"아니, 틀려. 뭐라할까 엘프가 모시는것은 우리들이나 일곱신들을 만드신 창조신님뿐인거야."

엇차 아제씨의 입에서 끝판왕같아보이는 이름이 나와버렸다고.

"창조신이라는건 처음 듣습니다만......"
"그럴수밖에요. 일곱신들이 세계수와 함께 떠나온 머나먼 세계의 신님이니까."

나의 의문은 루아씨가 대답해주었다.
그러고보니 전에 신화그림책에도 그런 일이 써있었었지.

"왕래가 끊긴건가요?"
"에에, 이 세계에 온지 1억년정도 지났지만, 한번도 창조신님에게서의 명이 닿은일은 없었으니까. 떠난 신님은 많고, 그 분은 방임주의니까."

시간단위가 이상하다.
랄까 신님이라니, 다른 세계에도 잔뜩있는거구나.

앗차, 이야기가 샜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용신에게 봉납춤을?"
"그건말이지......"

아제씨가 가르쳐준것은 전에 신화그림책에 쓰여있던 내용과 비슷했다.
이 세계에 온 신님을 받아들여준 용신에게 답례로써, 1억년이 지나는동안, 대대로 봉납춤을 하고있다는듯하다.

1억년인가......
그렇다면, 아무래도 조용히 있는건 너무 불성실하겠다.

나는 뜻을 정하고, 세계수의 기억 아카이브와 연결되어있는 아신모드 아제씨에게 면회를 요청해, 용신을 죽인 일을 고백했다.

"......용신을?"

아신모드의 아제씨가 처음으로 당황한듯한 얼굴로 당혹해했다.

"아무래도, 거짓말은 아닌듯하군요."

조금뒤, 크게 숨을 내쉬고 조용한 시선을 이쪽으로 보내왔다.

"사토, 당신에게는 몇번이고 놀랐지만, 이정도로 충격을 받은것은 이 땅에 오고 1억년 만에 처음입니다."

신성한 목소리에 머리를 숙이고 싶어졌지만, 나는 기합을 넣어 아신모드의 아제씨의 늠름한 얼굴을 바라본다.

"하지만, 단지 죽인것 뿐이라면 문제 없습니다."

......WHAT?

"이 세계에 막 왔을 무렵 쯔음에, 자이크온신이나 갈레온신이 용신에게 도전하고 죽임당하였지만, 천년정도만에 부활했습니다. 용신이라면 백년만 있어도 부활하겠죠."

역시 신님.
이랄까, 그렇다면 100년후에 복수당하는거 아닐까?

......뭐, 상관없나. 100년후라면 수명이 다하는거랑 별 차이 없으니까.

"후후후, 사토는 재밌는 생각을 하네요."

앗차, 아신모드의 아제씨는 이 방 한정으로 마음을 읽을수있었지.

"용신은 지는것을 싫어하지만, 싸우는 방법은 가리지않아요. 무력으로 싸우는게 싫다면 지력이나 유희력으로 싸우면 되는겁니다."
"......과연."

그거라면, 용신이 부활하는 100년뒤까지 퍼스컴이나 게임기를 개발하지않으면 안되겠네.
차라리, VR게임을 목표로하는게 재밌을것같다.

"그 때에는 저도 끼워주세요."
"에에, 물론입니다."

나는 아신모드의 아제씨에게 감사를 전하고, 언제나의 아제씨와 나무위의 집으로 돌아갔다.



"맞다, 오늘은 모두가 드셔주셨으면하고 생각해서 정월요리를 가져왔습니다."
"어머, 그렇다면 네아도 부르지않으면안되겠네."

함께 따라오던 루아씨가, 근처에서 날고있던 날개요정에게 심부름을 부탁한다.
네아씨는 엘프 요리연구가로, 과거 용사가 전해주었던 일본요리의 재현에 인생을 걸고있는 사람이다.

"저기, 정월요리라는건 가족과 먹는거라고 다이사쿠가 말했었는데, 정말이야?"
"에에, 정말이에요."

물론, 손님에게도 대접하고 친구와 먹기도하지만, 대체로 가족과 먹는게 아닐까?

"......그래."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제씨가 기쁜 듯 내 옆에 앉았다.
살짝 미아가 1명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있다.

......좀 더, 가까워도 됩니다요?



"어멋! 이게 줭월욜이인가요?"

내가 육단 찬합을 펼쳐놓자, 바람마법으로 창문으로 날아들어온 네아씨가 이상한 발음으로 물어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네아씨"
"어머, 나도 참......"

네가씨가 자신의 무례를 사과했다.
아뇨아뇨, 요리에 대한 네아씨의 텐션은 언제나 이런 느낌입니다.

"사토씨,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정숙한 몸가짐을 하고있는 네아씨지만, 그 눈은 사냥감을 발견한 육식동물처럼 반짝반짝 빛나며, 정월요리를 음미하고있다.

나는 살짝 뇌물이 아니라 레시피집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녀라면 나나 루루가 만든 '대충'정월요리를 완벽한 것으로 수정해주겠지.

"그럼, 잘 먹겠습니다."
"네~에."

루아씨의 합창에, 아제씨가 아이처럼 동참한다.
여전히 맛있는 것에는 약한 것 같다.

"이 계란말이 맛있어!"
"그건 다테마키라고합니다."

다테마키를 볼이 미어지게 먹고있는 아제씨에게, 간단하게 요리의 설명을 한다.
흐응흐응, 하고 즐거운듯이 듣는 아제씨지만, 맛에 열중하고있으니까, 분명 내일이되면 잊어버리겠지.

"다이사쿠가 말했었어. 다테마키를 먹으면 사랑을 외친다던지, 6도류를 배운다던지 하는거지?"

......용사 다이사쿠! 아제씨로 노는것도 정도껏해라!

나는 마음 속으로 과거의 용사에게 불만을 토한다.

"이 수프는 맑은 장국?"
"그건 떡국 이라는 거에요."
"헤에~. ......이 떡! 팥소가 들어있어! 떡국 달고 너무좋아"

......너무좋아!

리피트, 플리즈!

"아제씨, 떡국은 입에 맞나요?"
"응, 달고 정말 좋아."

......정말좋아.

나중에 이 근처의 음성을 편집해서, 낙심했을 때 힐링 아이템으로 쓰자.
아리사가 리퀘스트했던 흰미소 타입의 떡국이 아니라, 아제씨 취향의 떡국을 선택한 과거의 나를 칭찬해주고싶다.

평소대로라면 설탕을 토할 것 같은 얼굴을 할 루아씨도, 오늘은 처음보는 요리를 맛보느라 바쁜듯, 나와 아제씨가 노닥거리는걸 신경쓰는 기색이 없다.

미묘하게, 노닥거리는것보다는 손님과 급사같은 관계처럼 느껴지지만, 그런 일은 없다.
그런 주관이 중요한거다.

"새우씨의 껍데기가......"
"이건 이렇게 쥐고 빠직하고 부수면 간단하게 벗겨집니다."
"정말이네! 역시 사토."

나는 아제씨가 고생하고있는 새우의 껍짓을 벗겨주더나, 도미의 뼈를 발라주거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보냈다.

역시, 볼에난 마을에 놀러오면 치유된다.

얼마지나지않아 찬합은 비어버렸고, 만족한듯한 아제씨가 내 무릎을 베고 '더 이상 못 먹겠어' 라며 행복한 듯이 중얼거린다.

조금만 더, 이 행복한 시간을 만끽하고 싶었지만, 아리사에게 '왕국회의에 출발할 시간이야' 라는 '무한원화(월드 폰)'이 왔기에, 아제씨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내일은 공도에 들러서 신선한 새우를 사서, 새우카레를 만들어 주자.
정월요리도 좋지만 카레도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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