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입니다. 처음 할렘이라는 말을 알게된것은 초등학생때 읽었던 아라비안나이트 라는 이야기에서 였습니다. 젊은 여성교사에게 '할렘이 뭐에요?' 라고 물어봤더니 '아내가 잔뜩 있는 것' 이라고 가르쳐주셨던 것을 기억하고있습니다.
지금이라면 확실히 성희롱으로 고소당하겠지요.
◇
3시간정도의 선잠이 괜찮았는지, 나는 시원해진 머리로 세류백작과의 오찬회에 도전할수있었다.
그덕에 떠올릴수있었지만, 아리사나 리자에게 본명이나 용신살해의 일을 이야기하는걸 완전 잊고있었다는걸 떠올렸다.
역시 피로가 쌓이면 제대로되는일이 없다.
옥션마지막날의 준비작업도 충분히 지나칠정도로 하고있고, 당일까지는 느긋하게 보내자.
그런일을 생각하면서, 세류백작가의 시종씨에게 안내받아 왕성의 한편에 있는 내빈용 회식실로 향한다.
손님으로 초대받은 내가 마지막이었는지, 방안에는 세류백작부부, 그 가신인 베르톤 자작부부, 면식이 없는 키고리라는 이름의 기사부부, 그리고 왜인지 파리온 신전의 신탁무녀 오나씨, 그리고 긴장한 표정의 제나씨가 기다리고있다.
키고리부부는 아마도 백작의 호위를 겸하고있는거겠지.
레벨 40의 기사인 남편과 레벨 37의 흙마법를 쓰는 마법기사의 아내라는 영내최강클래스의 무인들이다.
메뉴의 상세정보를 확인해서 알게되었지만, 무녀 오나씨는 백작의 딸이라는것같다.
어디선가 본것같은 얼굴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나씨와 만났을 때에 그녀의 상처를 마법으로 치료해주던 무녀씨였다. 그덕에 내게 신성마법의 스킬을 배울수있게해줬었다.
나는 백작에게 오찬회에의 초대에대한 감사한다는 뜻의 사교응대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귀족다운 귀찮은 자기소개나 인사를 나눈다.
내가 안내받은 자리는 백작의 정면에있는 상석이다.
이 배치로 볼때, 그다지 나쁜 이야기인건 아니겠지.
내 옆에 착석하는 제나씨에게 작은소리로 말을 건다.
"오늘 의상은 평소보다 화려하네요. 잘 어울립니다."
"고, 고맙습니다. 사모님의 시녀에게서 빌린거에요."
과연, 언제나 청초한 제나씨의 옷치고는 대담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긴장하지않아도 괜찮아요. 제게 맡기고 큰배에 탔다고 생각하고 맛있는 점심을 즐겨주세요."
"네, 네."
제나씨의 긴장을 푸는데는 불충분했지만, 세류백작의 품평하는듯한 시선을 느끼고, 그 쯔음에서 대화를 멈추고 앉았다.
오찬회는 재상각하주최의 것과는 다르게, 극히 평범한 궁중요리를 중심으로, 코스의 메인은 세류백작령명물이라 선전하고있는 고로케요리가 더해진점 이외에는 별다른것없는 메뉴였기에 안심하고 먹었다.
식사 중간의 이야기도, 제나씨들과의 만남의 경위를 이야기하거나, 미궁도시에서 세류백작령 선발부대의 조력에 감사의 말을 전하거나 하는둥, 극히 편안한 느낌으로 진행되었다.
그대로 끝날것같이 보였던 오찬회였지만, 디저트로 설탕과 벌꿀에 절인 달콤한 딸기가 나오면서, 백작의 지시로 급사들이 물러가면서 본론이 시작되었다......
◇
"......단도진입적으로 간다. 오나를 경의 아내로 주겠다. 우리 백작가의 일원이 되어 미궁운영관리를 맡을 생각은 없는가?"
오오, 꽤나 직구를 던져오네.
그건그렇고, 벼락출세한 16살 꼬마 귀족에게는 꽤나 과분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막대한 이권이 있을것같은 미궁운영을 타령의 귀족에게 하게하려한다니, 백작의 의도가 어떠한지는 모르겠지만 영내 귀족에게서의 반발이 굉장할것같다.
여기선 바로 거절하자.
"굉장히 명예로운 이야기이옵니다만, 저 같은 젊은자가 감당할수있을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외람되오나, 그정도의 큰일이라면, 좀 더 경험이 풍부하고 사려깊으신분이 어울릴거라고 생각합니다."
".......흠, 고민하는 척조차 하지않고 거절인가. 무욕이라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정도일줄이야."
내가 거절할거라고 예상은 하고있었는지, 백작의 작은 중얼거림을 엿듣기 스킬과 독순스킬이 잡아내었다.
백작이 눈짓하자 베르톤자작이 달콤한 딸기의 공략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의외로 단것을 좋아하는것같다.
"펜드래곤경. 오해가 있는것같습니다만, 백작가의 일원이 된다라는것은 단순히 백작가의 사람과 혼인한다는것뿐만이 아닙니다. 백작가의 계승권도 받을수있게된다는 겁니다."
......우와, 그거야말로 사양하고싶다.
"그야말로 황공한 이야기입니다. 백작님이 저같은 자를 그렇게까지 사주시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길게 이어져내려온 고귀한 혈통을 저 같이 벼락출세한자의 피로 더럽힐수는 없습니다."
일단, 벼락출세한자라는 멋진키워드로 귀족의 자존심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거절한다.
미궁운영에도 그다지 흥미없고, 백작 계승권에는 더더욱 흥미없다.
원래 세계에 있을 무렵이라면, 청초계 미소녀 오나양에게 마음이 움직였을지도 모르지만, 평소에도 루루나 아제씨를 시작해 미인을 보고있기에 현혹될일도없다.
"혈통인가...... 명문귀족이라면 무엇보다도 혈통을 중시하겠지만, 우리 백작가에서는 무를 중시한다. 그리고 감추고있어봐야 소용없다. 경의 힘은 모두 파악하고있다."
......힘?
혹시, 유성우를 사용하는걸 목격한 사람이라도 있던건가?
일단은, '무표정(포커 페이스)' 스킬로 동요가 표정에 드러나지않도록 주의하고 물어보았다.
"무슨 말씀이실까요?"
"........짚이는게 없다면 이야기해보도록할까."
백작이 입가를 올리며, 활기차고 좋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말하기를, 장비도 없이 미궁의 바닥에서부터 상처없이 탈출해보인 역량.
말하기를, 마족에게 지배당할뻔했던 무노령을 구한것.
말하기를, 공도의 불화를 조장하는, 마왕신봉자의 암약을 저지해낸 수완.
말하기를, 미궁도시에서 탐색자로서 두각을 나타낸것뿐아니라, 교육기관을 설치해 차세대의 육성을 시작한 선견성.
말하기를, 엘프와 교류를 하고, 인족에게 격의를 가진 요정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일.
......잘도 조사했네.
그렇다치더라도, 대단한일은 한적없을텐데, 이렇게 백작에게 열거되니 위업을 이룬듯한 착각을 할것같다.
"이 정도까지는 제후나 재상도 파악하고있겠지. 허나, 내가 놀란것은 경이 데리고있는 수인 아가씨들의 일이다."
우리 수인아이들이, 왜?
......설마.
"낮빛하나 바꾸지않는가.......그저 무욕한 호인은 아닌듯하군."
내가 마음속으로 동요하고있다는것을 모르고, 백작이 중얼거리는것을 엿듣기 스킬이 잡아낸다.
"시가왕국최강 쥬레바그경을 쓰러뜨린 도마뱀인족 아가씨가, 고작 1년전에는 레벨 한자릿수였다고 알게되면 제후는 어찌 생각할까."
과연, 수인아이들의 급성장을 파악하고있는건가.
그러고보니 세류시 미궁을 탈출했을때, 오리지널 야마토석으로 수인아이들의 레벨이나 스킬을 조사했었지.
1년으로 시가8검급의 전사가 육성가능하다면, 분명 좋지않은 일을 생각하는 자도 나올법하다.
여기선 본심을 감추고, 백작의 진의를 파악하도록하자.
"고귀하신 분들의 심중을 헤아리는일같은건 저로서는 도저히......"
"본심을 숨겨도 소용없다고 처음에 말했지않은가. 아마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마련한 마법약을 아낌없이 사용해, 미궁에서 연전시킨거겠지. 허나, 그것도 교도하는자 나름."
백작이 일단 말을 자르고, 내 반응을 확인하듯 바라본다.
막대한 투자는 커녕, 오히려 이득을 보고있다.
"나는 경의 수완을 높이 사고있다. 경의 협력이 있다면 5년으로 미궁운영을 괘도에 올려놓는 일이 가능하겠지. 경없이도 10년정도면 괘도에 오르겠지만, 그래서는 나라나 명문귀족에게서 쓸데없는 간섭을 받을지도 모른다."
교섭스킬같은게 영향을 주고있는지, 백작이 말할 필요없는 일까지 말해버리고있다. 그런 일은 승낙전의 상대에게 말하면 안되지.
"나의 일족으로 맞아, 미궁의 운영으로 나 다음의 지위를 주고, 더욱이 앞으로 10년간, 미궁에서 산출되는 마핵중, 폐하에게 상납하는 분량을 제외한것중 1할을 주겠다."
"그건 꽤나 파격적인 보수네요."
매력은 느끼지못하지만, 과하게 베푸는것같은 기분이든다.
그런 기분이 전해진건지, 백작이 조금 기분이 상한듯 눈살을 찌푸렸다.
"부족한가?"
"아니요, 조금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저에게는 과분한 보수와 지위입니다."
그대로 거절을 하려던 참에, 백작이 말을 덧붙여왔다.
"그러고보니, 경은 마리엔텔가의 제나와 친분이 있었지."
......역시, 그렇게 나왔나.
제나씨가 오찬회에 출석하고있는 시점에서 조금 예상하고있었지만, 그녀를 정치의 까다로운일에 말려들게할 생각인것같다.
그건 어떻게든 저지시켜야.
"경의 첩으로 삼고싶다고 한다면 허가하겠다. 아내로 맞고싶다면, 베르톤의 양자로 삼은다음 맞이하면 되겠지. 오나보다 순위가 뒤라면 별로 상관없다. 무노백작과의 의리를 지킨다면, 소루나님이나 카리나님이 제1부인, 오유고크공작가의 세라님이 제2부인, 오나가 제3부인, 제나는 제4부인이라고하면 되겠나?"
뭐야, 그 할렘.
마음에 두고있는 사람이 없었다면 미소녀뿐인 할렘루트에 매력을 느꼇을지도 모르겠지만, 여기선 바로 거절하자.
거기다, 그 안에 세라의 이름이 거론되는게 의미불명이다.
신탁무녀를 환속시켜서까지 아내로 삼는 의미가.....얼레?
"무노백작의 따님이 제1부인이라는건 당연하지만, 제2부인으로는 세나님보다는 오나로 하고싶......"
조금 의문스러운일이 있어, 열변을 토하던 백작이 숨쉬는 타이밍에 맞춰 말을 잘랐다.
"백작님, 저는 여러명의 아내를 맞을 생각은 없습니다. 거기다 제 기억이 맞다면 오나님은 신탁무녀일터입니다. 환속하지않는한 결혼할수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덤으로, 세류시에있던 신탁스킬을 가진 무녀는 그녀뿐이었을거다.
"흥, 환속시키면 될 뿐인 이야기다. 신탁무녀에 대해서는 왕도의 파리온신전과 갈레온신전에서 파견해주기로 정해져있다. 걱정할 필요없다."
백작은 내 일부일처적인 발언을 화려하게 무시하고, 오나양의 혼인이 문제없는 이유를 알려주었다.
"보수가 부족하다고한다면, 한가지더 약조해주도록할까."
조금전부터 과잉이라고 주장하고있는데, 왜인지 그에게는 닿지않고있는것같다.
아니, 도리어 내가 거절하려하고있으니, 그걸 눈치채지못한척을 하고있는건가?
"영내의 아인차별을 금지하는 포고를 내려주겠다. 경이 원한다면 영내 아인노예 2000명정도를 보수에 추가해도 좋다."
포고하는것만으로 차별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법으로 아인차별철폐는 매력적이다.
받은 노예들을 해방해, 무노백작령의 방기된 도시나 거리의 부흥에 종사시킨다는 방법도있다.
하지만, 그것과 맞바꾸어 잘 알지도 못하는 상대와의 결혼을 강요당하는건 그만두고싶다.
나의 잠시간의 침묵을 어떻게 받아들인건지, 백작이 무겁게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바로 결정하지 못하겠는가. 그렇다면 반년정도 시간을 주겠다."
반년지나면, 무슨일이든 하겠다는듯한 귀기가득한 분위기가 백작에게서 느껴진다.
그렇게까지 내게 구애되지않아도 좋을텐데......
"반년간, 경에게 미궁도시선발대의 지휘권을 위임한다. 마리엔텔가의 제나......."
"네, 넷"
"너는 펜드래곤자작의 종자로 지휘를 보좌해라."
"네, 명령 삼가 받들겠습니다."
백작의 말에 드레스차림의 제나씨가 군인같은 경례를한다.
이렇게, 제나씨는 기간한정으로 내 종자같은 포지션이 되어버렸다.
세류백작의 억지에는 부아가 치밀지만, 제나씨를 미궁에 동행시킬수있는 권한을 얻은건 나쁘지않다.
거기다 반년이나 시간이 있으니까, 나보다도 미궁운영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는것정도는 할수있을것같다.
분명 내 소개로, 탐색자길드의 직원연수로 보냈던 세류백작령의 문관들이있을거다.
여성문관쪽이 수완가 같았지만, 오히려 속깊고 절충이 특기인듯한 남성쪽을 육성해서 세류백작에게 떠 넘기는게 좋겠다.
이건 어떻게든 할수있을것같다.
오히려, 조금씩 할렘루트로 나아가는것같은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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